1. 영화의 개요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실제 피아니스트가 겪은 전쟁의 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예술가인 주인공이 겪었던 가슴 아픈 경험을 영화가 끝날 때까지 느껴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다른 전쟁 영화처럼 거칠게 싸우는 잔인한 장면들은 거의 없지만 전쟁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초라하고 나약한 존재인지를 잔잔히 그려내어 전쟁의 참혹함을 더 크게 느끼게 합니다.
이 영화가 갖는 의미로는 단순히 선과 악의 존재를 대립시켜 영화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존인물의 생존 과정을 그림으로써 그 시대를 이해하고 기억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타인의 죽음과 고통, 약자에 대한 강자의 억압 등에 대해 점점 더 무감각해져가는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의 역사적 진실을 절대로 잊지 말고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오늘이라는 자유를 누리고 감사해야겠습니다.
2.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자
영화의 배경은 1939년 폴란드입니다.
주인공 블라디슬로프 슈필만은 실력있는 피아니스트로서 유명세를 탑니다. 평화롭던 어느 날 독일군이 폴란드로 진격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사람들은 피난을 떠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리저리 분주한 상황입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라디오 방송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던 슈필만은 갑작스런 폭격을 당하고 맙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더 이상의 방송은 무의미했고 이제 생존을 위한 돌파구를 찾는 일에 몸을 맡길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됩니다.
유대인들은 독일군에 의해 거주지역 제한을 시작으로 모든 것이 통제되었고 매일 다양한 이유를 구실로 힘없는 자들은 하나 둘 죽어나갔습니다. 휠체어에 탄 사람을 물건처럼 창문 밖으로 집어던지고, 식량을 구해 담벼락 밑 구멍을 통해 도망치던 소년을 막무가내로 구타하여 목숨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 물어보는 사람을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총으로 쏘는 장면은 큰 공포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주인공 슈필만의 가족들은 조용히 숨어 지내며 가구 등 살림살이를 내다 팔아 연명하지만 결국 더 이상 팔 물건조차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독일군이 유대인을 수용소로 이송하기 위해 기차역으로 모여 있는 사이, 슈필만의 부친은 남은 돈 전부를 모아 작은 카라멜 1개를 사서 5조각으로 잘라 가족들에게 나눠주며 마지막 만찬을 나눕니다. 가족들은 수용소로 가는 기차에 강제로 이끌려 가게 되는데 이 때 슈필만은 지인의 도움으로 간신히 기차에 타지 않고 빠져나와 목숨을 구합니다. 한 동안 옛 연인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연명하지만 식량이 떨어지고 추위와 배고픔, 외로움과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 괴로워할 새도 없이 생존을 위해 버티고 또 버팁니다. 슈필만은 여러 은신처를 옮겨다니며 목숨을 부지하지만 점점 쇠약해져갑니다. 위험한 순간마다 사람들은 그를 도왔고 슈필만이 마지막까지 그 생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했습니다. 나치 세력의 공격으로 도움을 준 지인마저 죽게 되고 완전히 혼자가 된 슈필만은 폐허가 된 은신처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머지않아 은신 생활 중 한 독일군 장교에게 발각되고 말았습니다. 독일군 장교는 그가 유명한 피아니스트임을 알게 되어 자신을 위해 피아노를 연주해달라고 합니다. 슈필만은 독일군 장교 앞에서 조국의 작곡가 쇼팽의 곡을 연주합니다. 마지막 연주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슬픔을 꾹꾹 누르며 혼신의 힘을 다해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줍니다. 전쟁의 회색빛 폐허 속에서 피아노 연주가 울리는 순간, 그곳은 폐허가 아닌 평화롭고 아름다운 연주무대로 변합니다. 독일군 장교 호젠벨트도 그렇게 느꼈는지 그를 죽이지 않고 살려줍니다. 드디어 독일군이 패전하고 전쟁은 끝이 납니다. 슈필만은 은신처에서 나와 거리를 배회하는데 연합군이 추위 때문에 독일군 장교옷을 입고 있는 슈필만을 발견하고는 총을 쏘아댑니다. 간신히 본인을 밝히며 총에 맞을 뻔한 위기를 마지막으로 넘깁니다. 쉽지 않았겠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을 재개하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3. 처절한 삶의 의지
슈필만은 독일군 장교에게 발각되어 피아노 연주 한 곡을 쳐보라는 명령을 받고 혼신의 힘을 다해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슈필만은 이 때 어떤 마음으로 피아노를 연주했을까요? 그는 아마도 '이 곡이 모두 끝나면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없이 피아노를 연주하던 주인공의 눈빛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습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제대로 된 연주를 해야한다는 압박감과 그토록 치고 싶었던 피아노를 마침내 연구한다는 희열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예술에는 인간에게 닥친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살아갈 용기를 내게하는 놀라운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아무 죄없이 추풍낙엽처럼 스러져가는 상황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고자 애쓴 한 인간의 처절한 삶의 의지를 볼 수 있어서 마음 속 깊이 여운이 남은 작품이었습니다.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의 잔인함이 피아니스트의 연약한 듯하지만 끈질긴 강인함과 대비되어 나타납니다. 그리고 다시는 누군가의 이기심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희생되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결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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