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의 개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정우성, 이정재 주연의 '태양은 없다'라는 영화로 유명한 추창민 감독의 2012년 개봉 작품입니다. 관객 1,000만명을 동원했으며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가 탄탄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배우 이병헌씨의 첫번째 사극 영화로 알려지면서 집중 받게 되었습니다.
폭군으로 알려진 조선시대 제 15대 임금인 광해군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픽션 사극 영화입니다.
지금부터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이야기 속으로 떠나보겠습니다.
2. 진짜와 가짜
영화의 배경은 조선시대 제15대 임금인 광해군 3년입니다.
광해군(이병헌)은 자신을 둘러 싸고 온갖 생명의 위협과 권력을 향한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궁 안의 상황에 극도의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로 인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갈수록 난폭해져가는 광해군은 도승지 허균(류승룡)에게 자신을 대신할 대역을 찾아오라고 명령합니다. 임금을 완전히 닮았고 타고난 재주와 말솜씨로 왕의 흉내도 곧잘 내는 하선(이병헌 1인 2역)이란 광대를 궁으로 데려와 대역을 시킵니다. 하선은 임금의 말투와 걸음걸이에서부터 국정을 다스리는 법까지 하나하나 배우며 왕 노릇을 할 준비를 합니다. 그 와중에 광해군은 독에 의한 시해 음모로 의식을 잃게 되고 하선의 가짜 왕 연기는 예상치 못하게 길어지게 됩니다. 진짜 왕 광해군은 난폭하고 예민한 성품인 것에 반해 인간미 넘치고 합리적인 모습으로 달라진 왕의 태도에 대신들은 이를 이상하게 여기기 시작하고 의심하는 이들도 나타납니다. 하선은 왕의 대역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진짜 왕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명나라에 사대의 예를 지키기 위해 조선의 병사와 인력을 차출하고 금과 은 등 각종 물품을 퍼주듯이 명나라에 보내자는 신하들의 말에 광해군(하선)은 크게 분노합니다. 사대의 명분이 무엇이라고 백성들을 사지로 몰아넣으며 백성의 피땀으로 모은 나라의 재산을 퍼주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반대합니다. 백성을 자식처럼 아끼는 따뜻한 하선의 마음이 진심으로 드러나는 부분이었습니다.
드디어 의식이 회복되어 병상에서 일어난 진짜 왕 광해군은 하선의 행태를 보고받고 이제 그만 그 광대를 처리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나 허균은 왕보다 더 왕 같은 하선을 맘에 들어 합니다.
3. 영화를 보고 느낀 점
가짜지만 진짜보다 더 진짜 같았고 영화의 마지막에 흘린 그의 눈물어린 웃음이 인상 깊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배우 이병헌 씨의 연기에 감탄을 연발하며 보았습니다. 그가 연기 천재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극 중에서 난폭하고 불안한 진짜 왕과 웃기고 인간미를 가진 가짜 왕이 대비되도록 양면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1인 2역이지만 완전히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짜 왕이 신하들 앞에서 백성들을 생각하며 언성을 높일 때에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아낄 줄 아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찡 하기까지 하였습니다.
하선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군주의 모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끝까지 책임지고자 하는 모습과 일반 백성이나 신하나 차별하지 않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그 모습을 통해서 말입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한없이 무겁고 진지한 영화라기보다 적절히 웃기기도 하고 적절한 무게감도 가진 밸런스가 잘 맞춰진 사극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광해군 이병헌과 조내관 역할의 장광 배우의 호흡이 아주 잘 맞아서 보는 내내 유쾌했습니다. 광해군의 이중적인 모습을 이렇게 진짜와 가짜로 나누어 표현한 연출력에 대해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가짜 왕 하선도 정말로 진짜 왕의 자리에 앉게 된다면 지금처럼 정의롭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까요? 냉엄하고 살벌한 궁의 상황 속에서 미치지 않고 온전한 정신으로 백성과 나라를 걱정하며 선정을 베풀 수 있을까요? 흔히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도 하는데 이 부분은 생각해볼만한 것 같습니다. 또한, 광해군은 선대 왕인 선조와 함께 왜란을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으며 장차 왕이 되어 피폐해진 조선을 다시 일으켜 세울 원대한 포부를 가졌을 것입니다. 광해군도 처음에는 선한 사람이었지만 권력 다툼의 회오리 속에서 그 불안함이 결국 그를 폭군으로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영화는 광해군이 처한 혹독한 현실과 그가 펼쳐보이고자 했던 이상을 진짜와 가짜라는 상반된 구도를 통해 그려냅니다. 만약 그 시기에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면 조선의 역사 그리고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흘러가게 되었을지 잠시나마 상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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