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이 필요해
1986년 경북 봉화군 작은 시골마을에 사는 준경(박정민)은 차가 다니는 길이 없는, 기찻길로만 다닐 수 있는 마을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차가 서는 역이 없습니다. 준경은 마을 사람들이 기찻길 위에서 사고를 많이 당해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매일 청와대에 편지를 보냅니다. 간이역 설치에 허가를 받기 위한 것입니다.
준경은 누나 보경(이수경)과 마을에 남기로 해 왕복 5시간이나 걸리는 통학길을 오갑니다. 학교에서 엉뚱한 행동을 하는 준경을 보고 범상치 않다 생각한 라희(임윤아)는 그의 뮤즈가 되겠다고 합니다. 준경을 도와 표준말로 편지도 쓰고, 유명해지기 위해 장학퀴즈 대회에 나갈 계획도 세우고, 대통령상을 타기 위해 수학경시대회를 나가면서 간이역을 짓기 위해 노력합니다.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는데, 기찻길이 너무 위험해서 마을 사람들이 목숨을 내걸고 이 길을 지나야 했기 때문입니다.
시험기간 종료 5분전 도착한 준경은 서둘러 문제를 풀게 되고 이 모습을 본 물리 선생님은 그의 수학 재능을 발견하게 됩니다. 후에 준경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준경은 이렇게 여러 사람을 통해 자신의 꿈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게 됩니다. 누나는 준경을 따라다니며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동생을 챙겨줍니다. 누나가 동생보다 어린 외모를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누나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고, 어린 시절 누나의 죽음을 슬퍼하는 준경의 눈에 누나가 보이기 시작한 후 함께 생활한 것이었습니다. 시대가 지났음에도 누나는 단발머리에 촌스러운 옷차림이 그 시대 사람과 다르다고 느껴졌는데, 이미 준경의 곁에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기차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고 상처를 간직한 채 아들에게는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하지 않는 아버지로 살아갑니다. 준경과 아버지는 본인들 때문에 엄마와 누나, 아내와 딸을 잃었다고 생각하며 죄책감 속에 서로를 대했는데, 마지막에는 오해를 풀고 위로 속에 진정한 가족의 모습을 되찾아갑니다.
오로지 간이역을 만들기 위한 준경의 노력은 계속됩니다. 과연 사람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간이역은 무사히 만들어질까요?
가족이란..
영화 '기적'은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주인공 준경(박정민)과 어색한 아버지(이성민)의 관계가 눈에 들어왔고, 다음으로는 준경의 비범함을 보고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라희(임윤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지막에는 준경과 보경(이수경)의 관계가 보였는데 예상치 못한 전개에 감동이 물밀 듯 밀려왔습니다.
아버지는 준경에게 왜 그렇게 무뚝뚝하고 차갑게 대할까? 어렸을 적 준경과 보경이 첫 화면에 나오고 6년 뒤 준경은 성장했지만 보경은 왜 그대로일까? 왜 보경만 촌스러운 모습인걸까라는 질문은 영화가 전개되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사연을 알고 보니 보경이 나오는 장면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애틋했습니다. 집을 떠나면 누나가 사라질까봐 절대 집을 떠나지 않는 준경, 아웅다웅하며 서로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는 남매의 애틋함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참 좋았습니다. 특히 준경이 꿈을 위해 시험을 봐야 하는 상황에서도 집을 떠나면 누나가 사라질까 봐 두려워서 고민하는 모습은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이때 보경이 등장해서 비겁하게 도망치는 거냐고 꾸짖는 장면이 나옵니다.동생이 꿈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는 누나의 마음이 느껴져 눈물바다를 이뤘습니다.
무뚝뚝하고 집안일에는 관심이 없는 아버지와 잔소리하면서도 동생을 걱정하는 누나, 그리고 정겨운 시골 풍경들이 1980년대 그 시절 우리네 가족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준경이라는 캐릭터는 하는 행동마다 엉뚱하고 수학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수학천재였습니다. 그래서 장면마다 웃음 포인트가 있었는데,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순수한 준경이 역할을 잘 소화해내서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마을을 위해 간이역 만드는 일에 포기하지 않고 진심으로 노력해서 간이역 '양원역'이 만들어지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난 가족의 응어리진 사연들이 드러나고 영화를 이끄는 핵심 갈등 사건이 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지 못한 내용이어서 놀라웠고 분노했고 안타까웠고 슬펐습니다.
영화는 준경이 라희를 만나면서 변해가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점점 더 성장해가는 모습을 잘 그려냈습니다. 그 곁에서 준경을 보살피고 함께 해준 보경의 존재는 후반에 크게 와닿았고, 아버지의 아픈 사연은 마지막에 풀어줍니다. 사랑한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아버지의 응어리진 그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들립니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아버지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타인과 비교할 수 없는 유대감과 사랑이 있습니다. 요즘 점점 가족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가족의 자랑거리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 그렇지 않으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참 이상합니다. 가족은 운명처럼 정해진 존재인데 잘남과 못함이 얼마나 중요할까요? 잘하면 잘했다 칭찬해주고 실수와 아픔에는 위로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기적>의 가족처럼 말입니다. 준경과 아버지가 별이 빛나는 밤에 서로 아픔을 나누고 위로를 주고 받을 때 그것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을 향해 달려갈 때 응원해주고 이끌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픔을 나누는 것이 가족이 아닐까 합니다.
영화 <기적>은 시골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잔잔한 감동이 있는 영화여서 가족과 함께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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