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나카무라 요시후미
제목: 집을, 순례하다
출판: 사이
출간: 2011. 03. 22.
이 책은 주택을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한 건축가가,
20세기 건축의 거장들이 지은 집을 차례로
방문하여 그 집의 특색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책입니다.
건축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들어보았을 법한
거장들의 주택에 대한 사진과 도면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 보는 재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설계의 의도를 풀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저자의 어투도 부드러워 흥미가 있으셨던 분들은
손쉽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책입니다.
친절한 안내에 따라, 건축가가 만들어낸 공간에 담긴 의도와 배려를 쫓다 보면
최근 핫했던 부동산 뉴스들을 통해 접하던 네모반듯 주택과는
사뭇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귀중한 여행을 통해 주택설계는,
건축적인 지식이나 기획력,
전문기술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주택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인간의 거처>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의 소유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되며,
인간의 행동이나 희로애락을 충분히 알고,
일반사람들의 <생활>이라고 하는
잡다한 일상에까지 세심한 배려를 제공할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딱딱하고 현학적인 말보다는,
책에 담긴 공간에 대한 사진과
손으로 쓱쓱 그린 듯한 평면도를 보며
그 장소를 상상해보는 즐거움을 주는 책입니다.
책에는
<연못을 품은 중정>
<징검돌을 딛고 향하는 침실>
<개를 위해 담벼락에 뚫은 조망창>
<해안뷰로 유도하는 동선계획>
<어머니의 피아노 연주를 위한 회전식 조명>
<아침햇살을 위해 디자인된 침실과 식탁> 등
거주자를 위한 디자인이 담겨있습니다.
이런 유일무이한 맞춤형 서비스야말로
진정한 ‘럭셔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엄청난 금액을 주고 구입하는
자신의 주택에는 어떠한 ‘럭셔리’가 배어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큰 금액을 지불했음에도 나와 가족을 위한 배려는 없는 곳.
나에게 맞추기보다 내가 맞춰야 하는 곳.
일반적인 공동주택은 고유한 특성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조회 가능한 시세로 평가됩니다.
모든 것을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줄 세우는 것은
편리한 일이지만 재미와 소소한 비밀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나를 위한 배려를 가득 담고 있는 ‘럭셔리’ 주택에서
재미있게 살고 싶습니다. 비록 작은 공간일지라도..
이 책은 그 꿈에 다가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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